맛 과학 식생활 교육 –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행복합니다

식품전문가 한 분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진행을 맡은 OOO 입니다. 식생활교육지원법 제정 후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의 중요성이 대두 되면서 식생활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 보다도 높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까?”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면 아무거나 골고루 먹으면 좋습니다”

너무 평범한 대답이라고 생각한 MC는 식품의 안전 그리고 첨가물 등을 고려한 식품선택 기준 등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며 다시 묻는다.
>“그래도 나쁜 음식은 피해야 하지않을까요?”
>“마음 편한 대로 드시면 됩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좀 자세한 답변을 요청한다.
>“좀 전문가 다운 답변을 부탁합니다”
>“그것이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대답입니다”

MC는 녹화 중단을 요청하고 마이크를 끈 후, 낮은 목소리로 식품전문가에게 묻는다.
>“그래도 식품전문가의 답변이라면 예를 들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OO 성분이 함유된 OO 음식을… / OO 식품에 포함된 성분은 OO 효능이 있어서 … / OO 성분은 몸 속에서 OO 작용을 하기 때문에 … / 몸이 OO 할 때는 OO 영양분이 부족할 수 있으니 OO 음식을 … 이런 내용이 좀 포함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식품전문가는 미소를 띠며 진지하게 대답한다.
>“식품 중에 절대적으로 나쁘고, 절대적으로 좋은 성분이 따로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라 할지라도 오장육부에게 일어나는 복잡 미묘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비록 안다 해도 필요한 곳에 알맞은 성분을 정확한 양 만큼 제때 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설령 제때에 잘 보냈다 해도 몸이 반응 하느냐 않느냐는 또 알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 이기 때문에 이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낮은 톤 이지만 강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더한다.
>“전문지식의 뼈대는 건전한 상식입니다.
>‘음식이라고 하면’이라는 말은 ‘내 가족을 위해서 또는 내 식당을 찾은 손님을 위해서 만든 음식에는 정성과 양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 편한 대로’라는 말은 아이들의 마음 속에 음식에 대한 불안감과 음식으로 인한 패배감을 심어주는 ‘이런 음식은 피하고 이런 식품을 자주 먹어야 한다’ 는 여론몰이식 정보가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더 큰 걸림돌 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음식도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홍보에 이런 불량지식을 이용하는 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몰상식한 자라는 것입니다.”

녹화를 재개하고 MC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잘 알겠습니다. 질문이 적절하지 못했네요. 그럼 다시 질문 드리겠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먹도록 가르쳐야 할까요?”

식품전문가는 답변을 시작한다.
>“운전을 잘 하려면 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야 할까요? 운전을 해 본 사람이면 기름,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 만 잘 점검하면 그 이상의 지식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보유한 차량 (종류와 연식),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이 기본사항의 점검 시기와 수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운전자(마음)가 자동차(내 몸)를 운전(음식섭취)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답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아시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식생활교육을 하시는 분들은 ‘한가지 정답이 모두의 정답’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선천적으로 민감한 혀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친구에 비해 채소의 쓴맛을 훨씬 강하게 느끼며 심한 경우 괴롭기 까지 합니다. 교육 중에 채소를 안먹는 것은 나쁜 것 처럼 얘기하면 그 순간 어떤 아이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로 되고 맙니다. 채소가 몸에 좋다는 말과 마음의 상처를 기억하는 그 아이의 식습관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공감을 해서 자신의 식습관을 바꿔보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한다해도 오래가지 못해 그만 멈춰버리기 쉽습니다. ‘나는 어떻게 먹을 것인가’ 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에게 맞는 답을 구해야 지속적으로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나는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 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얻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매일의 ‘식생활’ 속에서 자기도 모른채 이런 질문에 노출된다면 어떨까요? 음식은 입으로만 맛 본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눈, 코, 귀, 손으로도 맛의 즐거움을 체험을 하고, 맛있는지 배부른지가 중요했던 아이들이 음식으로 인해 마음 속 소중한 무엇이 느껴지는 경험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렇게 먹는 것이 좋겠어!’와 같이 자신만의 답을 찾게 해줍니다. 나만의 정답을 찾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채소를 즐겨먹는 식습관을 갖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구요?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채소를 안먹을 때보다 먹을 때가 더 다양한 자극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자극에 자신의 몸이 즐거워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식습관!  이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맛과학을 활용한 식생활교육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MC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묻는다.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하나의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조금씩 느끼게 되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자신 만의 이유를 찾게되고 이는 지속적인 실천의 동기가 된다는 것 이네요. 그리고 이런 동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다양한 자극이 주는 즐거움에 대한 학습효과란 말씀 이군요. 결국 내 몸과 마음이 즐거워하는 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식습관을 찾도록 해주는 맛과학(을 활용한 식생활)교육이라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겠는데요!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답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맛과학교육“의 목적은 무엇 이어야 합니까?”

>“골고루, 때맞춰, 알맞게 먹으라고 말하지 않고 골고루, 때맞춰, 알맞게 먹는 식습관을 갖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식품전문가가 제시한 맛과학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교육현장에는 다양한 방식의 맛(미각) 체험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이것과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필요하다면 조금 더 연구해서 보완하면 된다. 최고의 교육환경은 ‘교사’라고 했다. 맛과학교육의 성패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포함) 식생활교육자, 영양관리사, 미각교육 활동가’들의 생각과 역량이 중요하다.  맛과학 교육 전문가라면 ‘맛의 의미와 배경’을 알고 ‘맛의 원리’를 이해하며 ‘맛에 대한 표현’ 능력 습득이 자연스레 골고루, 때맞춰, 알맞게 먹는 습관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한 확신을 가져야만 합니다.

40여년 동안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를 역임하신 전재근 교수님의 저서 ‘음식이 사람을 만든다’에서 발견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에 대한 대답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음식은 맛있어야 행복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음식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그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